지난주 명동에 나갔다가 재밌는 풍경을 봤습니다. 예전엔 커다란 면세점 쇼핑백을 든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너도나도 편의점 비닐봉투를 한가득 들고 있더라고요. "면세점이 더 싼 거 아니야?" 싶어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라면과 김밥, SNS에서 핫한 K-스낵이 가득했습니다. 이제 외국인들에게 한국 여행은 명품 쇼핑이 아니라, '동네 편의점 털기'가 메인 코스가 된 것 같습니다.
2025년 기준 CU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101.2%나 급증했고, GS25도 74.2%나 뛰었습니다. 면세점 중심의 대규모 쇼핑에서 골목 편의점의 소액 반복 구매로 관광 소비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K푸드 체험 수요와 편의점 매출 구조 변화

외국인 관광객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K푸드와 K스낵입니다. 컵라면, 즉석식품, 김밥, 음료, 과자 등 SNS에서 미리 본 제품을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실제로 2024년 방한 외국인 1,636만 명에서 2025년 1,984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명동·홍대·광화문 등 주요 관광지 인근 편의점의 매출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객단가(Customer Unit Price)입니다. 객단가란 고객 한 명이 한 번 방문할 때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을 의미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내국인보다 1.5~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직접 홍대 편의점에서 관찰해 봤을 때도 외국인들은 한두 개가 아니라 장바구니 가득 채워서 구매하더군요.
편의점 업계는 이러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GS25는 K팝 앨범 특화점 7곳, K-스테이션 63곳, 과일 스무디 특화 매장 107곳을 운영 중이고, 세븐틴 앨범 출시 시기에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명동에 K푸드와 문화를 결합한 '뉴웨이브플러스' 모델을 선보였는데, 이 점포의 푸드·신선식품·패션&뷰티 매출이 일반 점포 대비 2~15배나 높았습니다.
매출 숫자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CU의 외국인 매출이 100% 넘게 뛰었다는 건, 단순히 라면 몇 개 더 판 수준이 아니거든요. 특히 외국인들은 내국인보다 돈을 1.5배나 더 쓰는 '큰손'인 데다, 마진 좋은 PB 상품(자체 브랜드)을 싹쓸이해 갑니다. 이제 편의점 입장에서는 외국인 손님이 오면 절이라도 하고 싶은 '효자 종목'이 된 셈입니다.
PB 상품이란 편의점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제조한 상품으로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마진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외국인 소비가 '특별한 장소에서의 특별한 소비'에서 '일상 공간에서의 문화 체험'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면세점에서 명품 하나 사는 것보다 골목 편의점에서 다양한 K푸드를 체험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경험으로 인식되는 겁니다.
| 편의점 브랜드 | 외국인 매출 성장률 | 핵심 특화 전략 |
| CU (씨유) | 101.2% ↑ | 38개국 AI 통역 서비스, 전 점포 다국어 POS |
| GS25 | 74.2% ↑ | K팝 앨범 특화점, 외화 환전 및 즉시 환급 |
| 세븐일레븐 | (특화점 중심 급증) | K-푸드+패션 결합 '뉴웨이브플러스' 모델 |
외국인 친화 인프라 확대와 지역 경제 파급 효과
편의점 업계가 외국인 매출 급증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언어 장벽 해소와 결제 편의성입니다. CU는 명동·홍대 등 주요 거점 70여 개 점포에 38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AI 통역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또한 전국 전 점포의 셀프 계산대(POS)에 영어·중국어·일본어 모드를 탑재해 비대면 직접 결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 일본인 친구가 예전에 편의점에서 쩔쩔매던 게 생각나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겠더라고요. 떡하니 AI 통역기가 버티고 있고, 셀프 계산대 버튼 하나면 자기 나라 언어로 싹 바뀝니다. 게다가 공항까지 갈 필요 없이 편의점에서 바로 세금 환급(Tax Refund)까지 해주니, 외국인들 눈에는 한국 편의점이 '마법의 상자'처럼 보일 겁니다. 이런 세심함이 결국 "한국 가면 편의점 가야지"라는 마음을 만드는 거겠죠.
결제 시스템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습니다. GS25의 경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결제 비중이 97%에 달하며, 외화 환전 키오스크와 택스리펀드(Tax Refund) 서비스를 전국 1,400개 이상 매장으로 확대했습니다. 여기서 택스리펀드란 외국인이 국내에서 구매한 물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기존에는 공항에서만 가능했던 절차를 편의점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들의 실질 구매력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춘절(중국 설) 기간을 겨냥한 프로모션도 눈에 띕니다. GS25는 2월 20일부터 3월 19일까지 유니온페이로 결제 시 15% 즉시 할인을 제공하며 대량 구매 비중이 높은 외국인 특성을 고려해 적용 점포를 당초 1,400곳에서 3,000곳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이마트 24는 대만 관광객을 위해 상반기 내 '라인페이' 결제를 도입하고, 디지털 ATM을 3개에서 5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인프라 확대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면세점 쇼핑이 큰 건물 하나에 돈이 몰리는 구조였다면, 편의점 쇼핑은 동네 실핏줄까지 돈이 도는 구조입니다. 숙소 옆 편의점, 지하철역 앞 편의점에서 외국인들이 지갑을 여니까요. 덕분에 특정 유명 관광지뿐만 아니라 골목상권 구석구석까지 관광 효과가 퍼지고 있습니다. 편의점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작은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투자 전략은
투자 관점에서 보면, 관광 상권 점포 비중이 높은 편의점 기업일수록 단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소비가 내수 부진을 보완하는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환율 변동성과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관광객 유입 지속성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분기별 실적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야 합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편의점이 단순 생활 유통 채널을 넘어 '관광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데이터 활용과 상품 차별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편의점 업계는 국내 포화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편의점은 단순히 껌 사고 담배 사는 곳이 아닙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K-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죠. 투자자라면 단순히 점포 수만 볼 게 아니라, 얼마나 영리하게 외국인의 장바구니를 공략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소비자의 동선이 바뀌면 돈의 흐름도 바뀝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편의점의 변신, 앞으로가 더 기대되지 않으신가요?